여행/국내2014. 5. 25. 01:25

<둘째날>

10시쯤 짐을 프론트에 맡기고

걸어서 자갈치 시장 고고.

 

자갈치 시장을 쓱 둘러보고

고등어구이 먹으러.

시장통에 생선구이 있다고 들어와 먹으라고 호객행위를 하지만 쌩.

일단 7천원으로 가격이 싸지 않고,

기름 붓고 굽는게 싫고,

미리 한번 구워 쌓아놓는 게 싫음.

블로그에서 여러 고등어구이집을 봤는데

딱 마음에 드는 비주얼의 집이 있는데

가게 이름이 없다.

그냥 연두색 간판에 고등어정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에서 어떻게든 위치를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

아무데나 가야지 하고 있는데

자갈치 시장 구경을 끝내고 골목을 도니 그 식당이 뙇!

 

고등어정식 2인, 갈치정식 2인

고등어가 4천원, 갈치가 5천원 이었던가? 가물가물

생선이 조금 짜긴 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밑반찬에 맛있는 생선구이.

대만족.

개인적으로 갈치보단 고등어가 나았다.

갈치는 나의 가장 좋아하는 생선인데 중국산인가? 뭔가 집에서 엄마가 구워주시는 그 세세한(?) 맛이 안 났다.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태종대 고고.

태종대 차고지에서 내려 슈퍼에 들러 비싼 물을 사고

유람선 호객행위 하는 분에게 인당 만원에 표를 구입.

태종대 홈페이지에서는 자갈마당 쪽으로 가서 표를 구입하라고 안내되어 있는데

슈퍼 할머니에게 여쭈어 보니 여기서 표를 구입하면

미니버스(봉고)로 선착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페리 탈래? 물어보고 탄다고 해서 표를 구입했는데

선착장 와서 종이에 이름, 전화번호를 적고

유람선을 보더니 남자애가 기겁.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그러고 보니 아까 고등어구이 먹을 때 캐나다 있을 때 이야기 하다가 보트 못 탄다는 이야기 들었었는데 생각못함.

사람들이 모여지길 좀 기다려서 유람선에 탑승하는데..

친구와 캐나다 여자애는 이미 탔는데

남자애는 공포에 질린 얼굴.

자기 타면 바닥에서 뒤집어 질거라고.

결국 못타겠다고 해서 나도 타고 출발.

 

우리는 바깥쪽 위에 탔는데

타고보니 남자애 안 타길 잘했다 싶다.

탔으면 유람선 돌아가야 했을지도 ㅋㅋㅋ

위에 앉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조금 무섭긴 했음.

 

타고 가는동안에 여자애랑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함.

등에 문신 새로 했다고 보여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쭉 듣는데

내가 많이 그리웠다며 눈물을 글썽글썽.

토닥토닥해줌.

여튼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감수성 폭발하는 이 아이.

사실 나도 예전엔 그래서 잘 맞았는데

나는 한국 돌아오고 많이 무뎌짐.

 

그렇게 40분이 지나서 내림. (세월호 사건 때문인지 주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는데 작년에 주말에 자갈마당 조개구이 먹으러 왔을 때는 선착장이 발 디딜 틈이 없었음.)

태종대 입구쪽으로 걸어나와 태종대 들어갈래? 하니 유람선 타고 다 봤다고 필요없대.

그래서 그냥 다음 목적지인 중리해녀촌을 생각하며 길을 걸어 가는데

아무래도 이 길로 가면 안 될 것 같음.

그게 다음지도나 네이버지도 도보 길찾기는 해안 둘레길은 표시해주지 않음. ㅜㅜ

큰 길로 안내하는데 50분이 넘게 걸린다고.

어떻게 어떻게 찾아낸 게 해안 둘레길인 갈맷길을 이용하면 35분 걸린단다.

내가 영도 둘레길 좋아해서 어차피 갈맷길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옛날에 겨울에 혼자 거의 입구부터 해녀촌까지 걸은 적 있다.

그런데 이번엔 태종대에서 해녀촌까지라서 길의 입구를 모름.

인터넷으로 찾다가 못 찾아서 가면 보이겠지 하고 왔는데 헤매네. ㅋ

 

아까 물 구입한 슈퍼에 들어가 할머니께 중리 해녀촌 걸어가려는데 어디로 가야하냐니까

택시타고 가면 금방 간다고 걸어가면 한시간은 걸릴텐데 왜 개고생을 하려느냐고. ㅋㅋ

여튼 나와서 다시 자갈마당으로.

자갈마당에 가면 산길이 보인다.

갈맷길 걸어가며 장미 향기도 맡고, 망원경도 보고, 운동기구도 하나씩 다해보고

하다보니 해녀촌에 도착.

 

잠수복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할머니 한분이 우리를 포섭하여 자그마한 테이블에 앉힌다.

뭐 먹을래 하셔서 그냥 이것저것 썩어서..하니

4만원 어치? 5만원? 이것저것 썩어 많이 줄테니 5만원어치 먹어 하셨는데

애들이 얼마나 잘 먹을지 알 수 없어 4만원어치만 먹는 걸로.

개인적으로 멍게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멍게는 조금만 주시고 성게 많이 달라고 했다.

 

앉아서 좀 기다리니 먼저 성게가 나오고

차례차례 직접 손질해서 주신다.

성게는 캐나다 친구들도 맛있다고 하고

특히 성게를 이렇게 처음 먹어 본다는 대전친구는 띠용~ 좋아함.

소라, 해삼, 문어, 멍게 이렇게 주셨고 홍합탕도 주셨다.

4만원어치가 이렇게 많다니!

캐나다 친구들은 해삼은 싫어했고, 소라도 딱딱한 식감이 별로라고, 문어가 엄청 맛있고, 멍게도 그닥.

뭐 사실 그닥 좋아한 건 없지만, 되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에서 내려

걸어서 숙소에서 짐을 찾고 연안여객부두에서 1003번 버스 타고 송정으로 고고.

전에 일본친구들 왔을 때 부산역 앞에서 1001번인가 1003번 타고 해운대 가는데

퇴근시간이라 버스가 꽉차서 짐들고 탄 친구들에게 미안했는데

다행히 이번엔 4시쯤이었고 부산역 가기 전 정류장에서 타서 앉아 갈 수 있었다.

1시간 20분쯤 걸린 듯.

 

송정해수욕장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압축해놓은 두 곳의 모텔의 외관을 둘러보고

한 곳으로 들어갔다.

웹에는 저녁 8시 입실이래서 걱정했는데

바로 들여보내줬다.

1실 4만원.

방에 들어 갔더니 온 방이 헬로키티...

 

피곤하기도 하고 배도 고프지 않아서 그냥 방에서 쉬면서

나는 부산 이후 일정이 전혀 계획되지 않은 캐나다 친구들을 위해

다시 폭풍 검색.

계획도 없으면서 코레일패스는 끊었다기에

잘 됐다 싶어서 전라도쪽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

내가 오기 전부터 전라도가 음식이 맛있다고 했으니까 좋아할 거라고 생각.

 

좀 지나니 여자애가 왔다.

그래서 내가 계획 짜고 있다고 전라도 갈래? 하니 좋다고.

코레일 패스는 7일짜리란다.

다음날 헤어질 때 계획도 없으면서 코레일패스는 왜 산거냐고 물으니

서울 - 부산 왕복이 12만원 정도 하는데 코레일 패스 7일이 15만원이라나.

그래서 어디 한군데 정도 더 가도 본전은 뽑겠다 싶어서 샀단다.

무계획이라도 그건 잘 했네. ㅋㅋ

 

친구들도 아직 배는 별로 안 고프다고 하고

내가 송정에 엄청 맛있는 브라우니 파는 가게 있다니까

안그래도 남자애가 단 거 먹고 싶어했다고 좋다고.

송정 해수욕장을 쭉 따라 걸어서 벨라루나 도착.

커피도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세상에.

아메리카노가 5천원.

그래서 거지인 우리는 브라우니만 냠냠.

 

원래는 대변에 포장마차에서 바다장어를 먹을 계획이었다.

애들한테도 미리 얘기해뒀었는데.

낮에 해산물을 먹이고 나니 저녁에 또 엽기음식을 먹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브라우니를 먹으며 음식점을 검색했는데 딱히 당기는 곳이 없다.

실컷 보고 있는데

애들이 우리 장어 먹으러 가는 거지? 하고 묻는다.

내가 당황해서 너네 장어 먹는 거 괜찮아? 했더니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해서 어버버 하다가.

사실 니네 낮에도 해물 먹고 해서 장어 먹는 거 힘들어 할 것 같은데다

지금 시간도 너무 늦었고 거기다 하루종일 전화를 안 받아.

아까 숙소에서 지도를 다시 보니 생각보다 더 멀었고,

늦은 시간에 버스 타고 그까지 갔는데 안 하면 낭패라는 생각에

장어를 정말 먹여주고 싶었지만 그냥 근처 식당에 가기로.

 

숙소쪽으로 걸어가면서 전복 칼국수, 해물파전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옛날에 비빔밥 먹으러 왔던 집인 것 같은데 그때 맛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만두전골이 있다.

남자애가 만두를 좋아하고 전골에 버섯이며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 있어서

전골 괜찮지..하며 전골 2인분과 해물파전을 시킴.

해물파전이 먼저 나왔는데....

해물은 어디에?

파전 맛은 괜찮은데 해물파전인데 해물이 눈꼽만큼 들었다.

그다음으로 전골이 나왔는데....

국물이 맑네? 내가 아는 전골이란 음식와는 다른 비쥬얼인데?

맛을 보니...

가쓰오부시 육수다...ㅜㅜ

맛있으면 엄청 크게 리액션을 하는 둘과 나와 친구 모두 먹는 내내 침묵..

만두는 피가 왜 이리 두꺼운지.

하...총체적 난국.

먹고 나와서는 나쁘진 않았는데 장어가 훨씬 좋았을 것 같단다. 그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

난 다음날까지도 메뉴선정에 실패한 사실에 부들부들. ㅋ

 

해수욕장 쪽으로 걸어오니 대학생들이 시끌시끌 폭죽 팡팡

정자 올라가서 잠시 풍경 감상하고 방으로.

나는 다시 폭풍검색모드.

친구는 부산어묵에 빠져 혼자 나가서 맥주와 부산어묵을 사들고 들어옴.

송정 - 순천- 보성- 담양 - 광주 - 서울 일정으로

시내버스까지 세세하게 종이에 적어두고

친구랑 새벽 늦게까지 얘기하고 놀다 꿈나라.

Posted by 누에바